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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파랑이 반파 사고와 뜻밖의 렌터카 2종 강제 시승

이날은 귀요미가 정기적으로 일년에 한번씩 만나는 언니와 만나기로 약속된 날이였다.

거의 20년지기 친구인데, 나와도 제법 친분이 있기도 하고 약속장소가 안양에서 제법 거리가 있기도 하여 겸사겸사

시우를 동승시킨채 파랑이를 몰고 종로구 계동에 소재하고 있는 현대헨지니어링 건물앞 주차장에 잠깐 차를 세워두고

아는 언니가 저만치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있는 찰나였는데...

 

옛날동네라 주차할곳이 많지 않아서 인지, 이 건물의 주차장은 나름 이곳의 주차장 맛집이였나 보다. 쉬지 않고 차량들이 드나들고 있는 상황이라서 매우 어수선했고, 여기에 더불어 건물내부에 무슨 공사가 있는지 덩치큰 레미콘 트럭들도 계속 드나들고 있었다.

 

레미콘 트럭한대가 계속 내 주변을 배회하면서 길을 헤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였고, 헤메는 중이라서 그런지, 조심스레 차량을 천천히 이리저리 방향을 돌려가면서 전/후진을 하고 있어서 그냥 멍하니 트럭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천천히 후진을 하면서 그냥 파랑이 옆면을 태연히 그그극~소리를 내며 밀고 들어 오더라! 그때 나는 그냥 얼빠진 표정으로 멍하니 밀고 들어오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는....

 

레미콘 운전기사는 30대로 보이는 남자분이였는데, 이 동네가 초입이였는지, 허둥대며 후진하다가 파랑이를 미처 보지 못하였던것 같다. 차량에서 내려서 연신 미안하다고 하시면서도 한쪽 사이드가 거의 모두 갈려버린 파랑이를 보면서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보통 트럭 운전기사라고 하면 터프한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이 분은 외모와는 다르게 순둥한 인품의 소유자였던것 같다.

더운날 땡볕 밑에서 사고처리 내내 멘탈이 제법 맛이 간것 같은 표정이라, 정신 좀 차리시라고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다 드렸다. 귀요미가 먼저 챙기자고 제안을 했었는데, 보통 여성들이 남성보다는 전우애, 동료의식과 같은 일종의 커뮤니티 의식이 작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면에서 우리 귀요미는 정말 흔치 않은 여성 대인배가 되시겠다. 옛날에 왕족 혹은 귀족으로 태어났으면 수많은 신하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었을터.

 

아무튼, 파랑이는 후륜구동인 관계로 일반 렉카차량에 뒷바퀴를 뛰우는 미니 바퀴를 낑구고 장한평에 소재한 공업사로 가버렸다. 뒷바퀴에 낑구는 미니바퀴는 옛날 두발 자전거를 못타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자전거가 안넘어지게 설치하는 보조 바퀴를 연상케 하더라.

 

수리내역은 우측 문짝 2개 교체, 뒷휀더, 뒷범버 판금 및 도색, 앞더는 그냥 둔거 같은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암튼 앞더에 달려 있는 M패키지를 상징하는 무려 5만원짜리 M자 엠블럼 교체까지 해서 총 6백얼마 정도가 청구되었는데, 정식 센터가 아니라서 그런지 의외로 싸게 나왔다. 정식센터였으면 천만원은 초과했을법 한데.

 

아무튼 수리기간 내내 무상 대차서비스로 그랜저6세대 IG 3.0엔진(LPG?LPI?)과 K5 2.5세대 2.O엔진 (LPG?LPI?)를 번갈아가며 받게되어 일종의 강제 시승을 체험하게 되었고, 간략히 그 소감을 기록해본다.

 

조금은 실망스러웠던 그랜저 6세대

 

그랜저IG는 깡통이라 그런지 3천만원초반대의 가격에 못미치는 싸구려틱한 내장재 품질과 부실한 방음, 그리고 부조화 로운 주행 질감이 단점이였다.

 

주행질감이 나쁘다고 느껴졌었던 원인들을 나열하자면...

  • 출력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반응이 느린 파워트레인
  • 안락하지도 그렇다고 딱히 스포티하지도 않은 차량에 컨셉에 부합되지 못하는 딱딱한 승차감
  • 사이가 나쁜 부부에게 이차를 추천합니다! 터널안에만 들어가면 실내 대화를 단절시키는 부실한 방음(이건 고급 트림으로 가면 해결될지도...)
  • 속도가 붙으면 불안감을 주는 붕뜨는 느낌의 서스펜션(승차감)과 가벼운 스티어링휠

하지만, 그래도 국내 전차종 판매 1위를 수개월동안 차지한 그랜저가 아니였던가? 비록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는 맞지 않더라도, 많은 대중들의 선택을 받았던 이유는 분명이 있을터...

 

취향이 까다로운 나에게도 느껴진 장점들은 다음과 같다.

  • 정말 광활하고 개방감이 좋은 파노라마 썬루프! 썬루프는 햇빛이 없는 날이면 늘 열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멋졌다!차량을 타고 어딘가를 달리는 것은 이동이면서 동시에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구경하는 2개 행위가 동시에 이루어 지는데, 두번째인 관광의 기능이 매우 극대화 된다. 마치 유원지나 관광지에 구비된 탈것들이 관람에 최적화된 구조를 지니듯이, 파노라마 썬루프는 차를 관람차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다. 이 차를 통해서 파노라마 썬루프에 대한 신앙심이 생겼다~
  • 스마트디바이스와 연결성이 좋은 네비게이션
    물론, 반응속도도 좀 느리고, 작은 화면과 VHS가 연상되는 저화질 영상의 부실함도 있지만 터치스크린이 된다는 점과 스마트디바이스와 연결성이 좋아서 스마트폰의 티맵과 연동이 되는 점은 전술한 약점을 모두 만회할만 하다. 파랑이처럼 후진시 장애물과의 거리를 알려주는 자막?오브젝트?를 영상위에 겹쳐서 띄우는 일종의 AR과 같은 기능을 넣어주고 카메라 화질(480?)을 조금만 더 상향(720?)시켜 준다면 만점을 줄 수 있을 듯 하다.
  • 넓은 뒷자석 공간과 몸을 감싸는 듯한 안락한 시트~

마지막은 장점이긴 하지만, 작은차를 좋아하는 나에게 주차시 많은 긴장감을 유발하게 했었다. 그리고 모든 LPG차가 그러하듯이 연료비는 저렴하나 연료게이지가 줄어드는 속도가 폭력적으로 빨라서 저렴한 연료비로 얻은 만족감을 접시 깨듯이 마구 깨어버렸다.

 

가성비로 나를 놀래킨 K5 2.5세대

이상하게 아무리 구글링을 해봐도 괜춘한 2.5세대 K5사진을 찾기가 어려웠다. 대부분 사진컷은 최상위 트림의 차량이고 최상위 트림은 헤드라이트가 LED인데, 일반 할로겐 벌브 사양과는 형상(차별?)의 차이도 크다. 2세대 K5가 1, 3세대 대비 흥행에 성공을 못했기에 2.5세대 더 존재감이 없는 듯 해, 불쌍한 2.5세대~

 

아무튼, 그랜저를 반납하고 받은 차량이였고 2천만원 초반대의 거의 깡통트림이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단언컨데 이전에 탔던 그랜저와의 1천만원이라는 가격차이가 무색하게 할 정도의 임프레션을 주었다.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체감을 통한 가격 계산법으로는 두 차량의 가격 차이는 한 500만원?정도 책정 할 수 있겠다.(역시 그랜저는 3천이 아닌 2.5천에 팔아야...)

 

활발하게 달릴려면 부족한것이 사실이지만, 시내에서 그냥저냥 주행하기에 모자름이 없는 80키로까지의 가속성능, 그랜저보다 안락한 승차감, 그랜저도 보다 오히려 더 직결감이 좋은 스티어링휠, T맵 모니터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내장 네비게이션 시스템, 그랜저 부럽지 않은 광활한 뒷자석 공간이 장점이였고, 그외에 많은 단점도 보였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단점이라고 볼 수 없는 부분들이였다.

 

굳이 잡자면, 120키로 넘어가면 불안해지는 서스펜션 정도? 하지만 이 역시 가격을 생각하면...

귀요미도 둘다 몰아보고 가격적인면을 모두 감안하면 K5를 선택하겠단다. 그리고 역시 스티어링을 포함한 주행질감이 K5가 더 낫다는 평가를 했다.

 

이 차를 통해서 요즘 유행하는 1.6터보엔진을 장착한 중형차량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아마도 순수한 주행질감 측면에서는 준대형급차량대비 나은 모습을 보여줄것으로 기대된다. 당연히 가격대가 겹치기도 하니, 그런 차별성을 가지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사고가 났던 시점에서 1.5개월이 되어가는 얼마전에 상대방보험사에서 전화가 왔었는데, 사고기간동안 교통비와 파랑이가 5년이 안된 신차라서 일종의 신차 사고 위로비를 준다하여 대략 70만원 정도 지급을 받게 되었다.

 

주인 잘못만나서 입양 온지 6개월만에 사고 두번과 돈도 덤으로 주는 착하고 불쌍한 녀석!

고맙다! 우리 오래오래 함께 가즈아~